미결제약정이란? — 거래량과 무엇이 다르고, 가격과 어떻게 같이 읽나

  • 미결제약정은 아직 닫히지 않고 살아 있는 선물 계약의 총량입니다
  • 거래량이 얼마나 많이 사고팔았나를 세는 값이라면, 미결제약정은 판이 얼마나 커졌나를 셉니다
  • 가격과 같은 방향으로 늘어날 때 추세에 새 돈이 들어오고 있다고 봅니다

시황 글에서 “미결제약정이 사상 최고를 찍었다”거나 “가격은 올랐는데 미결제약정은 줄었다” 같은 문장을 봅니다. 영어로는 오픈 인터레스트(Open Interest), 줄여서 OI 라고도 씁니다. 그런데 이게 거래량과 뭐가 다른지부터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글에서 펀딩비를 어느 쪽이 붐비는지 재는 값이라고 정리했는데, 미결제약정은 그 옆에 두고 봐야 뜻이 생기는 값입니다. 이 글은 미결제약정이 정확히 무엇을 세는지부터, 가격과 같이 읽는 법까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미결제약정은 어떻게 늘고 줄어드나 1 새 계약 롱과 숏이 짝을 이룸 2 미결제 증가 판 자체가 커짐 3 반대매매 포지션을 닫음 4 미결제 감소 계약이 사라짐
계약은 짝이 맞아야 생기고, 양쪽이 닫아야 사라집니다.

미결제약정은 정확히 무엇을 세는 숫자인가요?

먼저 이름부터 풀어 보겠습니다. 미결제(未決濟)는 아직 정산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고, 약정은 계약입니다. 합치면 아직 정산되지 않은 계약이 됩니다. 이름 안에 정의가 그대로 들어 있는 셈입니다.

선물 계약은 롱 한 명과 숏 한 명이 짝을 이뤄야 생깁니다. 누군가 사려면 누군가는 팔아야 하니까요. 이렇게 새로 만들어진 계약이 아직 닫히지 않고 남아 있으면, 그게 미결제약정 1건입니다. 시장 전체에 그런 계약이 몇 건 살아 있는지를 합한 값이 미결제약정입니다.

반대로 양쪽이 포지션을 닫으면 계약은 사라집니다. 롱이 팔고 숏이 되사면 그 짝은 없어지고 미결제약정이 1 줄어듭니다. 그래서 미결제약정은 시장에 걸려 있는 돈의 총량에 가까운 값입니다. 숫자가 크다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이 아직 결론을 내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미결제약정은 현물 시장에는 없는 개념입니다. 현물은 코인을 주고받으면 거래가 끝나서 남아 있을 계약이 없습니다. 선물은 만기까지 혹은 청산할 때까지 계약이 살아 있기 때문에, 그 잔량을 셀 수 있습니다. 무기한 선물에는 만기가 없으니 스스로 닫거나 청산될 때까지 계속 남습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미결제약정은 방향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롱과 숏이 항상 같은 수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늘었다고 상승 쪽이 많아진 게 아니라, 상승과 하락 양쪽이 함께 늘어난 겁니다. 방향은 가격과 펀딩비 같은 다른 값에서 읽어야 합니다.

거래량과는 무엇이 다른가요?

거래량은 정해진 기간 동안 손이 바뀐 총량입니다. 하루 동안 몇 계약이 오갔는지를 셉니다. 같은 사람이 하루에 열 번 사고팔면 거래량은 열 번 다 잡히지만, 장이 끝났을 때 포지션이 없으면 미결제약정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값이 따로 움직이는 구간이 나옵니다.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미결제약정은 그대로면, 새 돈이 들어온 게 아니라 있던 사람들끼리 자리를 바꾼 것입니다. 반대로 거래량이 평범한데 미결제약정이 꾸준히 늘면, 조용히 포지션이 쌓이는 중입니다.

비유하자면 거래량은 하루 동안 문을 몇 번 드나들었나이고, 미결제약정은 지금 방 안에 몇 명이 남아 있나입니다. 드나든 횟수가 많다고 방이 붐비는 건 아닙니다.

단위도 헷갈리기 쉽습니다. 거래소마다 계약 수로 표시하기도 하고 금액으로 환산해 보여주기도 합니다. 금액으로 보면 가격이 오르기만 해도 숫자가 커집니다. 계약 수는 그대로인데 평가액만 늘어난 것을 두고 판이 커졌다고 읽으면 어긋납니다. 어느 단위로 보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거래량은 활동량, 미결제약정은 잔량입니다.드나든 횟수와 지금 남아 있는 인원은 다른 값입니다.

가격과 같이 보면 무엇을 알 수 있나요?

미결제약정 하나만 보면 알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가격과 짝지어야 의미가 생깁니다. 경우의 수는 넷인데, 실전에서 자주 쓰는 건 상승 구간의 둘입니다.

가격이 오르면서 미결제약정도 같이 늘면, 새 계약이 붙으면서 오르는 겁니다. 새 돈이 들어오는 중이라 추세에 무게가 실렸다고 봅니다. 다만 판이 커진 만큼 되돌릴 때의 흔들림도 커집니다.

가격이 오르는데 미결제약정이 줄면, 새로 들어오는 계약보다 닫히는 계약이 많다는 뜻입니다. 눌려 있던 숏이 손실을 정리하면서 되사는 상황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상승은 정리가 끝나면 동력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락 구간도 같은 방식으로 읽습니다. 가격이 내리면서 미결제약정이 늘면 새 숏이 붙는 중이고, 가격이 내리는데 미결제약정이 줄면 롱이 정리되는 중입니다. 외우기보다 늘면 새 참가, 줄면 정리라는 원칙 하나만 기억하면 나머지는 따라옵니다.

한 가지 조건이 붙습니다. 기간을 맞춰서 봐야 합니다. 몇 시간짜리 미결제약정 변화와 며칠짜리 가격 흐름을 겹쳐 놓으면 아무 관계도 안 보입니다. 가격을 일봉으로 본다면 미결제약정도 일 단위 추이로 보는 식으로, 눈금을 맞춰야 짝이 맞습니다.

그리고 절대값보다 변화율이 실전에서는 더 쓸모 있습니다. 미결제약정이 사상 최고라는 말은 자주 나오는데, 시장이 커지면 최고치는 계속 갱신됩니다. 최근 몇 주 대비 얼마나 빠르게 늘었는지가 더 의미 있는 질문입니다.

가격이 오를 때 미결제약정을 같이 읽기가격↑ · 미결제↓새 돈이 안 들어옴있던 숏이 닫히는 중되돌림 정리에 가까움오래 못 가기도 함가격↑ · 미결제↑새 계약이 붙는 중판이 커지며 오름추세에 무게가 실림변동성도 같이 커짐
같은 상승이라도 미결제약정이 늘었는지 줄었는지에 따라 성격이 다릅니다.

미결제약정이 급증하면 위험한가요?

위험하다기보다 변동성이 커질 조건이 갖춰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살아 있는 계약이 많다는 건 청산될 수 있는 포지션도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가격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청산이 청산을 부르는 구간이 생기기 쉽습니다.

특히 레버리지가 높은 상태에서 미결제약정이 빠르게 불어나면, 작은 움직임에도 연쇄 청산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흔히 보이는 게 몇 분 만에 몇 퍼센트가 빠졌다가 되돌아오는 긴 꼬리 캔들입니다. 방향을 맞혀도 그 사이에 청산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반대로 미결제약정이 급감하는 구간도 정보를 줍니다. 큰 폭의 하락이나 상승 뒤에 미결제약정이 뚝 떨어졌다면, 대개 청산이 한 차례 쓸고 지나간 것입니다. 판이 가벼워졌다는 뜻이라, 그 직후에는 같은 크기의 움직임이 잘 안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결제약정이 평소보다 뚜렷하게 높은 구간에서는, 비중을 줄이거나 손절 폭을 넓게 잡는 쪽으로 대응이 달라지는 게 보통입니다. 진입 여부보다 얼마나 들어갈지를 조정하는 값에 가깝습니다.

숫자만 보고 방향을 정하지 마세요미결제약정은 롱과 숏이 항상 같은 수로 들어 있어서 그 자체로는 방향을 말해 주지 않습니다. 급증을 상승 신호나 하락 신호로 바로 옮겨 읽으면 어긋납니다.

펀딩비와는 어떻게 같이 보나요?

두 값은 서로 다른 것을 잽니다. 펀딩비는 어느 쪽이 붐비는지를, 미결제약정은 판이 얼마나 큰지를 잽니다. 그래서 같이 볼 때 비로소 문장이 됩니다.

둘을 곱해서 생각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판이 크고 쏠림도 심하면 움직일 때 크게 움직이고, 판이 작으면 쏠려 있어도 시장 전체를 흔들지는 못합니다. 크기와 방향을 따로 재는 두 개의 자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미결제약정이 높은데 펀딩비가 깊은 마이너스면, 큰 판에 하락 쪽이 몰려 있다는 상태입니다. 되돌림이 나올 때 움직임이 클 수 있는 조건입니다. 반대로 미결제약정이 낮고 펀딩비가 0 근처면, 판도 작고 쏠림도 없는 조용한 구간입니다.

보는 곳도 정해 두면 편합니다. 대부분의 선물 거래소가 종목 화면에서 현재 미결제약정과 그 추이를 제공하고, 온체인·파생 데이터를 모아 보여주는 사이트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디서 보느냐보다 같은 출처를 계속 보는 것입니다. 거래소마다 집계 범위가 달라서 절대값을 섞어 비교하면 뜻이 흐려집니다.

다만 이건 조건을 읽는 것이지 시점을 맞히는 게 아닙니다. 조건이 갖춰졌다고 그 일이 오늘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방향과 시점은 가격의 고점·저점 구조에서 읽고, 이 두 값은 그 판단의 크기를 정하는 데 쓰는 편이 안전합니다.

여기까지 정리

  • 미결제약정은 아직 닫히지 않은 계약의 잔량이고, 방향은 담고 있지 않습니다
  • 거래량은 활동량, 미결제약정은 잔량 — 늘면 새 참가, 줄면 정리입니다
  • 펀딩비와 묶어서 판의 크기와 쏠림을 함께 보면 뜻이 분명해집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다음 정의형 글에서는 청산 지도를 정리할 예정입니다. 미결제약정이 판의 크기를 알려준다면, 그 판이 어느 가격대에 몰려 있는지를 보는 도구입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니라 용어와 구조를 설명하는 자료입니다. 판단과 결과는 각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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