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지도란? — 어느 가격대에 포지션이 몰려 있는지 보는 법

  • 청산 지도는 어느 가격대에 청산될 포지션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추정해 그린 그림입니다
  • 거래소가 개별 청산가를 공개하지 않아서, 실제 데이터가 아니라 가정 위에서 계산한 모델 결과입니다
  • 그래서 여기까지 간다가 아니라 여기 근처에 연료가 많다 정도로 읽는 게 맞습니다

빨갛고 노란 막대가 계단처럼 쌓인 그림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청산 지도, 영어로는 리퀴데이션 맵(Liquidation Map) 혹은 청산 히트맵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에 청산 물량이 몰려 있으니 가격이 끌려간다” 같은 설명과 함께 돌아다니는 그 그림입니다.

그런데 이 그림이 정확히 무엇을 그린 것인지,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를 설명해 주는 글은 의외로 드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관측값이 아니라 추정값입니다. 그 사실 하나만 제대로 알아도 읽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난 글에서 미결제약정을 판이 얼마나 큰지 재는 값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청산 지도는 그 판이 어느 가격에 몰려 있는지를 보는 도구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림의 뜻부터 만들어지는 방식, 그리고 실전에서 쓰는 자리까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청산 한 번이 다음 청산을 부르는 과정 1 가격 하락 롱의 증거금이 부족 2 강제 청산 거래소가 대신 매도 3 추가 하락 그 매도가 더 밀어냄 4 연쇄 청산 아래 구간이 또 걸림
청산은 강제 매매라서, 그 자체가 가격을 다음 청산선 쪽으로 밀어냅니다.

청산 지도는 무엇을 그린 그림인가요?

먼저 청산이 무엇인지 짧게 짚고 가겠습니다. 선물 포지션은 증거금을 담보로 잡고 들어갑니다. 가격이 반대로 움직여서 담보가 버틸 수 있는 선을 넘어가면, 거래소가 계정 주인 대신 포지션을 강제로 정리합니다. 이게 청산이고, 그 선이 되는 가격이 청산가입니다.

청산가는 진입가와 레버리지, 증거금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청산가는 진입가에 가까워집니다. 10배로 들어갔다면 대략 10% 남짓 반대로 밀릴 때, 50배라면 2% 근처에서 선에 닿습니다. 같은 가격에 들어갔어도 배율이 다르면 청산가는 흩어집니다.

청산 지도는 이 청산가들을 가격 구간별로 모아 쌓아 올린 그림입니다. 가로축은 가격, 세로축은 그 구간에서 청산될 것으로 추정되는 포지션의 규모입니다. 현재가보다 아래쪽에 쌓인 건 롱 포지션의 청산 예상 물량이고, 위쪽에 쌓인 건 숏 포지션의 청산 예상 물량입니다. 히트맵 형태로 그리면 밀도가 높은 곳이 밝게 빛나는 띠처럼 보입니다.

그림을 보면 물량이 고르게 퍼지지 않고 특정 가격대에 뭉쳐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진입하는 자리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눈에 띄는 라운드 넘버, 최근 고점과 저점, 큰 거래량이 터진 자리에 주문이 몰립니다. 진입가가 뭉치면 거기서 파생된 청산가도 함께 뭉칩니다.

그래서 이 그림의 성격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가격축 위에 그린 위험의 밀도 분포입니다. 어디가 비어 있고 어디가 빽빽한지를 보여줄 뿐, 가격이 어디로 갈지를 말해 주는 그림이 아닙니다.

왜 실제 데이터가 아니라 추정치인가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거래소는 개별 계정의 포지션과 청산가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공개되는 건 전체 미결제약정, 실제로 체결된 청산 내역 일부, 롱숏 계정 비율 정도입니다. 즉 청산가 목록이라는 원본 데이터 자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청산 지도를 만드는 쪽은 역으로 추정합니다. 일정 기간의 거래량과 미결제약정 변화를 보고 어느 가격대에서 포지션이 새로 생겼는지를 추정하고, 거기에 레버리지 분포를 가정합니다. 5배·10배·25배·50배·100배가 각각 몇 퍼센트씩 있다고 놓는 식입니다. 가정마다 청산가를 계산해 전부 더하면 우리가 보는 그림이 나옵니다.

결국 가정이 바뀌면 그림도 바뀝니다. 같은 종목, 같은 시각인데 사이트마다 밀집 구간이 다르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어느 거래소를 집계에 넣었는지, 기간을 며칠로 잡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모델이 담지 못하는 것도 많습니다. 교차 증거금을 쓰거나 중간에 증거금을 더 넣으면 청산가가 움직이고, 현물이나 다른 종목으로 헤지해 둔 포지션은 실제로 강제 정리될 이유가 없습니다. 일부만 정리되는 부분 청산도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림 속 막대는 실체가 아니라 확률적인 무게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쓸모없는 그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절대 규모는 못 믿어도 상대적인 분포는 참고할 만합니다. 어느 쪽이 더 두꺼운지, 현재가에서 얼마나 떨어진 곳에 첫 번째 띠가 있는지는 가정이 조금 달라져도 잘 뒤집히지 않습니다. 숫자를 읽지 말고 모양을 읽는 것이 요령입니다.

청산 지도는 예언이 아니라 연료가 어디 쌓였는지 보는 그림입니다.거래소가 개별 청산가를 공개하지 않으니, 가정 위에서 그린 밀도 지도입니다.

청산은 왜 연쇄로 이어지나요?

청산의 핵심은 그게 강제 반대매매라는 점입니다. 롱이 청산되면 거래소가 그 포지션을 시장에 내다 팝니다. 파는 행위는 가격을 더 아래로 밀어냅니다. 내려간 가격이 그 아래에 있던 다른 롱의 청산선을 건드리면, 같은 일이 한 번 더 일어납니다.

이 되먹임이 청산 지도를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평소라면 흡수될 매도 물량이, 청산이 몰린 구간에서는 스스로 다음 청산을 부르는 방아쇠가 됩니다. 몇 분 만에 몇 퍼센트가 빠졌다가 되돌아오는 긴 꼬리 캔들이 대표적인 흔적입니다.

호가창이 얇을 때 더 크게 나타납니다. 주말이나 새벽처럼 대기 주문이 적은 시간대에는 같은 크기의 강제 매도라도 가격을 훨씬 멀리 밀어냅니다. 그래서 청산 지도에 표시된 구간의 두께만큼이나, 그 시각의 유동성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반대 방향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가격이 오를 때는 숏이 청산되면서 강제 매수가 나오고, 그 매수가 가격을 더 위로 밀어 다음 숏의 청산선을 건드립니다. 흔히 숏 스퀴즈라고 부르는 장면이 이 구조로 만들어집니다.

청산 지도를 읽는 두 가지 태도이렇게 읽으면 어긋남반드시 저기까지 간다실제 청산가 목록이다그 자체가 진입 신호다숫자를 그대로 믿는다이렇게 읽어야 맞음연료가 쌓인 구간이다가정으로 만든 추정치손절 위치의 참고값다른 값과 같이 본다
같은 그림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손실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가격이 청산 구간으로 끌려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뭔가요?

“가격은 유동성을 향해 간다”는 말을 자주 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순서를 뒤집어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이 청산 구간을 목표로 삼고 움직이는 게 아니라, 거기에 도착했을 때 움직임이 커지는 것에 가깝습니다.

큰 물량을 처리해야 하는 참가자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한 번에 많이 사거나 팔려면 반대편에서 받아 줄 물량이 필요합니다. 청산이 몰린 구간은 강제 주문이 쏟아지는 곳이라, 체결 상대를 구하기 좋은 자리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그 근처에서 거래가 활발해지고, 지나고 나면 끌려간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생존 편향이 얹힙니다. 예측이 맞은 그림만 캡처되어 공유되고, 밀집 구간을 코앞에 두고 되돌아선 수많은 경우는 아무도 올리지 않습니다. 타임라인에서 보는 적중률과 실제 적중률은 같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널리 공유된 지도는 이미 반영되어 있습니다. 같은 그림을 다 같이 보고 있으면 손절과 진입 위치를 미리 옮기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그러면 정작 그 구간에 도달했을 때 기대만큼 물량이 남아 있지 않기도 합니다. 지도가 유명해질수록 지도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는 셈입니다.

자석이라는 비유를 너무 믿지 마세요청산이 몰린 구간이 보인다고 해서 가격이 반드시 그곳까지 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도달하지 않고 되돌아서는 경우가 훨씬 많고, 도달하더라도 그 뒤 방향은 그림이 알려주지 않습니다. 방향을 확신하는 근거가 아니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자리를 표시해 둔 메모로 다루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전에서는 어떻게 쓰나요?

가장 쓸모 있는 자리는 진입이 아니라 손절 위치를 정할 때입니다. 롱을 잡았다면 아래쪽에 어느 가격대가 두꺼운지 확인해 봅니다. 그 구간 바로 안쪽에 손절을 걸어 두면, 연쇄 청산이 한 번 훑고 지나갈 때 같이 쓸려 나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선택지는 둘입니다. 손절을 밀집 구간 바깥으로 빼거나, 그만큼 진입 크기를 줄이는 것입니다. 손절 폭을 넓히면 한 번에 잃는 금액이 커지니, 비중을 함께 줄여서 감당할 손실을 같은 크기로 맞춰 두면 됩니다. 청산 지도는 이 폭과 크기를 정하는 데 쓰는 값이라고 보면 정확합니다.

목표가를 정할 때도 참고가 됩니다. 밀집 구간을 지나가는 동안에는 움직임이 급해지기 쉬우니, 그 직전에서 일부를 정리하고 나머지를 끌고 가는 식으로 나눠 대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이건 도달을 전제하는 계획이 아니라 도달했을 때의 대응이어야 합니다.

세 값을 묶어서 보면 문장이 완성됩니다. 미결제약정은 판이 얼마나 큰지, 펀딩비는 어느 쪽이 붐비는지, 청산 지도는 그 판이 어느 가격에 몰렸는지를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미결제약정이 높고 펀딩비가 뚜렷한 플러스인데 아래쪽에 롱 청산이 두껍게 쌓여 있다면, 큰 판에 롱이 붐비고 그 연료가 아래에 깔린 상태라고 읽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는 습관 두 가지만 덧붙입니다. 첫째, 같은 출처를 계속 보세요. 사이트마다 가정이 달라서 절대 규모를 섞어 비교하면 뜻이 흐려집니다. 둘째, 기간 눈금을 맞추세요. 며칠짜리 흐름을 볼 거라면 지도도 그 기간으로 놓고 봐야 짝이 맞습니다. 한 시간짜리 그림을 며칠짜리 판단에 갖다 붙이면 아무 관계도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정리

  • 청산 지도는 실제 청산가가 아니라 레버리지 분포를 가정해 만든 추정치입니다
  • 밀집 구간은 도착지가 아니라 움직임이 커지기 쉬운 자리로 읽습니다
  • 진입 신호가 아니라 손절 폭과 비중을 정할 때 참고하는 값입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글

다음 정의형 글에서는 롱숏 비율을 정리할 예정입니다. 판의 크기와 쏠림, 그리고 청산이 몰린 자리까지 봤다면, 그 다음은 사람 수와 금액 중 무엇을 세는 값인지를 구분하는 차례입니다.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하는 글이 아니라 용어와 구조를 설명하는 자료입니다. 판단과 결과는 각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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