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 07. 사람 눈엔 쉬워 보였는데, AI에 맡기자 오히려 애매해졌다 — 자동매매에 AI 필터를 붙이며 기준이 바뀐 기록

자동매매 시스템 위에 AI 필터를 붙이는 과정을 표현한 일러스트

데이터 정합성을 어느 정도 맞추고 나니, 그다음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으로 넘어갔습니다. 이제 입력값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면, 기계적으로 나온 신호 위에 한 번 더 판단을 얹어볼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엔 그 역할을 AI가 꽤 잘해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눈으로 보면 애매한 구간을 걸러주고, 너무 성급한 진입을 줄여주는 쪽으로요. 숫자로 딱 떨어지지 않는 미묘한 구간을 메워주는 보조 계층 정도로 보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붙여보니, 막히는 지점은 예상했던 데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모델이 똑똑하냐 아니냐보다, 제가 AI에게 넘기려던 판단 자체가 생각보다 훨씬 덜 정리돼 있었다는 데 있었습니다. 제가 차트를 보면서 그냥 넘기던 애매함은, 시스템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더 이상 애매한 상태로 둘 수 없는 문제가 됐습니다.

애매한 매매 신호를 AI가 판단하려는 장면을 표현한 일러스트
처음엔 AI가 애매한 구간을 대신 걸러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내 판단 기준이 얼마나 흐렸는지부터 드러났습니다.

처음엔 한 번 더 걸러주면 더 좋아질 줄 알았다

초기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기존 전략 엔진이 만든 신호를 그대로 주문으로 보내기보다, 그 사이에 AI 필터 하나를 두는 방식이었습니다.

  • 추세가 약한 구간은 한 번 더 거를 수 있지 않을까
  • 횡보에서 나온 어설픈 신호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 숫자로는 잡히지만 사람 눈엔 이상한 모양을 조금 더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논리는 겉으로 보면 꽤 그럴듯합니다. 실제로 차트를 오래 보다 보면 기계적 조건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구간이 있고, 사람은 그런 걸 대충 걸러냅니다. 그래서 처음엔 AI가 그 중간층을 메워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AI보다 먼저, 내 판단 언어가 너무 흐렸다는 점이었다

  • 지금은 추세가 좀 약하다
  • 눌림이 예쁘지 않다
  • 돌파는 나왔는데 따라붙기 애매하다
  •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는 느낌이다

사람끼리는 이런 표현이 어느 정도 통합니다. 저 자신도 대략 무슨 뜻인지 압니다. 그런데 AI 필터에 넣으려면 이걸 훨씬 더 구체적인 입력과 질문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판단 단위를 더 잘게 나누는 과정을 표현한 일러스트
프롬프트를 예쁘게 고치는 것보다 먼저 필요했던 건, 무엇을 판단하게 할지 더 잘게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문맥을 한꺼번에 보고 있었다

  • 오늘 전체 흐름이 어땠는지
  • 직전 손실이 어떤 패턴에서 나왔는지
  • 지금 변동성이 평소보다 과한지
  • 이 구간에서 원래 얼마나 보수적으로 들어가는지
  • 최근 며칠 동안 이 전략이 어떤 구간에서 자주 흔들렸는지

AI 필터는 제가 넘겨준 정보 범위 안에서만 판단합니다. 즉 제가 문맥을 잘라서 주면, 결과도 잘린 상태로 돌아옵니다.

프롬프트를 고치는 것보다, 판단 단위를 다시 나누는 일이 먼저였다

  • 지금 구간을 추세 지속으로 볼 근거가 있는가
  • 돌파 직전 변동성이 이미 너무 소모됐는가
  • 최근 캔들 구조가 손절 대비 진입할 만한 모양인가
  • 신호 자체보다 대기 쪽이 나은 이유가 더 많은가

이렇게 쪼개고 나니, AI가 갑자기 똑똑해졌다기보다 제가 뭘 물어봐야 하는지를 조금 알게 됐다는 느낌이 더 컸습니다.

넓게 붙이는 것보다, 안 붙일 조건을 정하는 쪽이 더 중요했다

  • 구조가 너무 명확한 신호는 기존 엔진대로 처리하고
  • 애매한 구간에서만 보조 판단으로 쓰고
  • 변동성이 과한 구간은 아예 제외하고
  • 로그상 반복적으로 헷갈렸던 패턴만 따로 태워보는 식입니다

그때부터 기준이 성능보다 재현성 쪽으로 옮겨갔다

  • 같은 조건에서 비슷한 판단이 나오는가
  • 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 로그에 남길 수 있는가
  • 나중에 다시 봤을 때 운영 기준으로 설명 가능한가
  • 필터가 실패했을 때 원인을 좁힐 수 있는가

이 기준으로 보면, 무조건 똑똑해 보이는 답보다 재현 가능한 답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로그와 알림 구조까지 포함한 운영 기준 정리를 표현한 일러스트
결국 이 단계에서 더 중요해진 건 AI가 얼마나 똑똑한가보다, 판단 결과를 얼마나 재현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다음 단계는 판단을 잘하는 것보다, 판단 결과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AI 필터를 붙여보는 과정은 생각보다 전략 확장기라기보다 운영 기준 정리기에 가까웠습니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맡길 수 있는지, 어떤 경우엔 아예 맡기지 않는 게 나은지 같은 것들이 이때부터 조금씩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자동매매에 AI를 붙인다는 것도, 새 기능 하나 추가하는 일이라기보다 운영 가능한 기준을 다시 만드는 과정에 더 가까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그 판단 결과를 기록하고, 나중에 다시 추적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로그와 알림 구조를 어떻게 바꾸게 됐는지를 이어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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