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되읽기에서 남긴 한 문장들이 스무 개쯤 쌓이면, 같은 말이 반복되는 자리가 보여요. 체크리스트는 거기서 나옵니다.
- 항목은 서너 개가 상한이에요. 손실과 실제로 연결된 것, 진입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것,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것만 남깁니다.
- 지켜지지 않을 때 원인은 대개 의지가 아니라 설계예요. 개수·표현·확인 시점·어겼을 때의 처리 순서로 손봅니다.
지난 편에서는 매매 일지가 세 번째 주에 끊기는 이유와, 항목을 다섯 칸으로 줄여 저녁 아홉 시에 쓰고 주말 삼십 분에 되읽는 방식까지 이야기했어요. 그렇게 두 달쯤 넘기면 노트에 조금 이상한 게 쌓입니다. 매매 기록보다 주말마다 한 줄씩 남긴 문장 쪽이 더 두꺼워지는 시점이 와요.
이번 편은 그 문장 더미를 진입 전 체크리스트 서너 개로 압축하는 과정, 그리고 그게 자꾸 지켜지지 않을 때 무엇부터 손봤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어떤 종목을 사라거나 어떤 조건이 잘 통한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자기 기록에서 자기 규칙을 뽑아내는 절차에 대한 학습 자료에 가깝습니다.
되읽기에서 남긴 문장은 어떻게 체크리스트의 재료가 되나요?
주말에 남긴 문장은 대부분 반성문 형태예요. 조급했다, 쫓아 들어갔다, 손절을 못 지켰다 같은 말들이요. 그대로는 체크리스트가 되지 않습니다. 감정을 적은 문장이라 진입 전에 확인할 방법이 없거든요.
제가 한 건 단순해요. 문장 옆에 그 매매가 손실이었는지 이익이었는지만 표시했습니다. 그런 다음 손실 매매에 붙은 문장만 따로 옮겨 적었어요. 이익이 난 매매의 반성문은 옆으로 치워 뒀습니다. 결과가 좋아서 생긴 사후 해석인 경우가 많아 재료로 쓰기 어려웠어요.
옮겨 적은 문장이 스무 개쯤 되면 같은 말이 눈에 띕니다. 저는 급하게 들어갔다가 여섯 번, 손절 지점을 정하지 않고 들어갔다가 다섯 번이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인상이 아니라 세는 것입니다. 세어 보기 전에는 제일 아팠던 한 번이 제일 자주 일어난 일처럼 느껴지거든요.
이렇게 모으면 후보가 자연스럽게 서너 개로 좁혀져요. 반대로 문장이 열 개도 안 되면 아직 재료가 부족한 겁니다. 그럴 땐 체크리스트를 만들지 말고 몇 주 더 기록하는 편이 나았어요.
항목은 왜 서너 개를 넘으면 안 될까요?
체크리스트는 만들고 나면 저절로 길어집니다. 손실이 날 때마다 항목을 하나씩 더하고 싶어지거든요. 저는 한 달 만에 아홉 개까지 늘려 봤는데, 그 뒤로는 아예 안 봤어요. 확인에 시간이 걸리니 급할 때 통째로 건너뛰게 되더라고요. 많으면 체크리스트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항목을 고를 때 기준 세 가지를 썼어요.
- 실제로 손실과 연결된 것: 손실 매매의 문장에서 반복된 말이어야 해요. 그럴싸해 보이지만 제 손실과는 상관없는 항목이 의외로 많습니다.
- 진입 전에 확인할 수 있는 것: 주문을 넣기 전에 답이 나와야 해요. 이 기준에서 많이 탈락합니다. 결과가 괜찮았나 같은 항목은 진입 후에만 답할 수 있으니까요.
-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것: 생각해야 답이 나오는 항목은 결국 그때그때 기분에 맞춰 통과됩니다.
기준을 통과한 항목이 다섯 개쯤 남으면 관련된 손실이 큰 순서로 정렬해 위에서 세 개만 남겼어요. 나머지는 노트 아래쪽에 대기 목록으로 적어 둡니다.
나쁜 항목은 어떻게 좋은 항목으로 고쳐 쓰나요?
처음 만든 항목들은 대체로 나빴어요. 시장 상황이 좋은가, 차트가 예쁜가, 무리하지 말자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앞의 둘은 주관적이거나 측정할 수 없고, 마지막은 질문이 아니라 다짐이에요. 이런 항목은 언제나 통과됩니다. 들어가고 싶을 때는 시장도 좋아 보이니까요.
형용사를 숫자로, 다짐을 질문으로 바꿔야 항목이 지켜져요.판단이 필요 없는 문장이라야 급할 때도 같은 답이 나오니까요.
고쳐 쓰는 요령은 세 가지였어요. 형용사를 숫자로, 다짐을 질문으로, 사후 평가를 사전 확인으로 바꾸는 겁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요.
- 시장 상황이 좋은가 → 지금 이 종목의 네 시간봉이 2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는가
- 차트가 예쁜가 → 직전 저점 대비 지금 가격이 미리 정한 손절 폭 안에 들어오는가
- 무리하지 말자 → 이번 주문 금액이 정해 둔 한 번 한도 안인가
고쳐 쓰고 나면 항목이 재미없어집니다. 원래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판단이 필요 없는 문장이라야 급할 때도 같은 답이 나오니까요. 숫자로 바꿀 수 없는 항목은 아직 제가 그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보고 대기 목록으로 내려 뒀습니다.
체크리스트가 자꾸 지켜지지 않으면 무엇부터 손봐야 할까요?
저는 한동안 이걸 의지 문제로 봤어요. 다음 달엔 더 신경 쓰자고 적고 넘어갔죠. 그런데 그렇게 적은 달일수록 결과가 똑같았습니다. 원인을 설계 쪽에서 찾기 시작하니 손볼 곳이 네 군데로 정리됐어요.
- 항목이 많다 → 세 개까지 줄이고 나머지는 대기 목록으로 내립니다.
- 표현이 애매하다 → 형용사가 들어간 항목을 숫자가 들어간 문장으로 바꿉니다.
- 확인 시점이 없다 → 주문창에 수량을 넣고 확인 버튼을 누르기 직전으로 시점을 고정합니다.
- 어겨도 아무 일이 없다 → 어긴 매매는 일지 날짜 옆에 별표를 하나 붙여 둡니다.
네 번째가 제일 효과가 컸어요. 별표는 벌칙이 아니라 그냥 표시입니다. 대신 주말 되읽기에서 별표 개수를 셉니다. 이번 주 여덟 번 중 세 번에 별표, 이 정도만 적어요. 숫자로 보이면 다음 주에는 줄어들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 배웠어요. 특정 항목에만 별표가 계속 붙으면 제가 게으른 게 아니라 그 항목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네 주 연속 절반 넘게 어긴 항목이 하나 있었는데, 확인해 보니 진입 전에는 답을 알 수 없는 항목이었어요.
확인 시점을 고정한 것도 컸습니다. 예전에는 매매를 결심한 뒤 어딘가에서 한 번 떠올리는 정도였는데, 주문 버튼 직전이라는 자리를 정하고 나니 빼먹기가 어려워졌어요. 그 자리에서 십 초 동안 세 문장을 읽습니다.
이 체크리스트는 언제까지 그대로 써도 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대로 두지 않는 편이 나았어요. 체크리스트는 완성품이 아니라 매달 다듬는 물건에 가깝습니다. 저는 월말에 삼십 분 정도만 써서 항목마다 세 가지를 확인해요.
- 이번 달에 이 항목 때문에 실제로 들어가지 않은 매매가 있었나
- 별표가 몇 개 붙었나, 그리고 그 이유가 항목 쪽에 있나
- 주말 문장에 새로 반복되기 시작한 말이 있나
이렇게 세 달쯤 지나면 처음 만든 세 항목 중 둘은 대체로 빠져 있어요. 하나는 몸에 붙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제게 안 맞는 항목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대기 목록의 항목이 올라와요.
항목이 빠지는 게 후퇴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저는 그때 기록이 제 역할을 했다고 봐요. 체크리스트는 시장을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 같은 실수로 들어가는 길을 조금 좁히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다룬 건 특정 매매법이 아니라 절차예요. 자기 기록을 세어 보고, 반복되는 말을 찾고, 진입 전에 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바꾸고, 안 지켜지면 항목 쪽을 의심하는 순서요. 판단과 결과는 각자의 몫이라는 점만 적어 둡니다.
- 손실 매매 문장에서 반복된 말만 세어 항목 세 개로 좁혀요.
- 항목은 진입 전에 예·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문장으로 써요.
- 안 지켜지면 의지보다 개수·표현·시점·별표 순으로 설계를 손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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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서는 체크리스트를 통과한 매매만 따로 모아 볼 때 무엇이 보이는지 써 보려고 해요. 승률 대신 무엇을 세어야 하는지, 판단을 시작하기 전에 표본이 몇 건쯤 모여야 하는지까지 이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