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매 일지가 세 번째 주에 끊기는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형식이 무거워서인 경우가 많아요.
- 항목을 다섯 칸으로 줄이고, 매매 직후가 아니라 정해진 시각에 쓰면 부담이 확 내려갑니다.
- 숫자보다 그때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남겨야 나중에 다시 읽을 이유가 생겨요.
PART 3의 CH 12에서 “기록을 남기세요”라는 이야기를 한 번 했어요. 그때 저는 기록이 왜 필요한지까지만 설명하고 끝냈는데, 실제로 해보신 분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필요한 건 알겠는데 계속 못 쓰겠다”였습니다. 저도 똑같았어요. 첫 주는 꼬박꼬박 씁니다. 둘째 주도 어떻게든 채웁니다. 그런데 셋째 주 어느 날 하루를 빼먹고, 다음 날 이틀 치를 몰아 쓰려다가 그냥 창을 닫게 돼요.
그래서 이번 CH 26은 기록의 중요성을 한 번 더 설파하는 글이 아니에요. 기록이 왜 중단되는지, 그리고 중단되지 않는 형식은 어떻게 생겼는지를 다룹니다. PART 5의 다른 챕터들과 마찬가지로 목표는 하나예요. 매일 반복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 참고로 이 글은 특정 코인이나 매매 방식을 권하는 글이 아니라, 습관 설계에 대한 교육용 정리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릴게요.
왜 하필 세 번째 주에 멈출까요?
시작하고 2주 정도는 대부분 잘 씁니다. 새로 시작한 일에는 그 자체로 힘이 있고, 첫 주에는 양식을 만드는 재미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 힘이 딱 2주쯤에서 바닥난다는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재미가 아니라 형식이 사람을 끌고 가야 하는데, 처음 만든 매매 일지는 대개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습니다.
제가 중간에 접었던 기록 파일들을 다시 열어보니 끊긴 지점의 모양이 서로 비슷했어요. 정리하면 세 가지였습니다.
- 양식이 처음부터 너무 컸어요. 진입가, 청산가, 수익률, 수수료, 보유 시간, 시장 상황, 심리 점수까지 열다섯 칸을 만들어 두고 하루 세 번 매매하면 마흔다섯 칸을 채워야 해요. 이건 이틀은 되고 열흘은 안 됩니다.
- 쓰는 시점이 매매 직후로 잡혀 있었어요. 가장 쓰기 싫고, 동시에 가장 왜곡되기 쉬운 순간이에요.
- 쓴 걸 한 번도 다시 읽지 않았어요. 읽히지 않는 글은 쓸 이유가 서서히 사라집니다.
여기에 결정타가 하나 더 있어요. 하루를 빼먹는 순간 기록이 부채로 바뀐다는 점이에요. 밀린 이틀 치를 채워야 오늘 걸 쓸 수 있다고 느끼는 순간, 일지는 습관이 아니라 숙제가 됩니다. 숙제는 미루다가 사라져요. 그래서 오래 버티는 형식은 예외 없이 빠진 날을 그냥 빈칸으로 두고 넘어가도 되는 형식이에요. 못 쓴 날은 못 쓴 채로 두고, 오늘 것만 쓰면 됩니다.
그래서 항목은 어디까지 줄여야 할까요?
저는 열다섯 칸을 다섯 칸으로 줄이고 나서야 석 달을 넘겨봤어요. 지금 쓰는 다섯 칸은 이렇습니다.
- 날짜와 종목 — 나중에 검색하려고 남기는 칸이라 짧게 씁니다.
- 왜 들어갔는지 한 줄 — 진입 버튼을 누르게 만든 이유를 그대로.
- 미리 정한 손절 지점 — 들어가기 전에 정해둔 숫자를 적습니다.
- 실제로 어떻게 끝났는지 — 손절, 익절, 흐지부지 중 하나로.
- 다음에 바꿀 것 한 줄 — 떠오르지 않으면 “없음”이라고 씁니다.
일지에는 거래소가 남겨주지 못하는 판단만 적으면 됩니다.수익률과 수수료는 거래소 거래내역에 이미 다 남아 있으니까요.
빠진 항목들이 궁금하실 텐데, 수익률과 수수료와 보유 시간은 거래소 거래내역에 이미 다 남아 있어요. 어딘가에 저장돼 있는 값을 손으로 옮겨 적는 건 기록이 아니라 필사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필사는 제일 먼저 지겨워져요. 일지에는 거래소가 대신 남겨주지 못하는 것만 넣으시면 됩니다. 그건 결국 내 머릿속에서만 일어난 판단이에요.
기준을 하나만 드리면, 한 건 쓰는 데 3분이 넘어가면 항목이 많은 거예요. 3분은 생각보다 넉넉한 시간이에요. 그걸 넘긴다면 이미 필사를 하고 있거나, 하루 전체를 회고하려는 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제 쓰느냐가 왜 무엇을 쓰느냐보다 중요할까요?
매매 직후는 기록하기에 꽤 나쁜 시간대예요. 이익이 났을 때는 내 판단이 전부 맞았던 것처럼 적히고, 손실이 났을 때는 변명이나 자책이 적힙니다. 어느 쪽이든 몇 주 뒤에 다시 읽으면 쓸모가 별로 없어요. 나중에 필요한 건 그날의 기분이 아니라 그날의 근거니까요.
그래서 시각을 고정하는 편을 권해요. 저는 저녁 9시로 정해두고 알람을 걸어둡니다. 시각이 정해지면 “지금 쓸까 말까”를 매번 결정하지 않아도 돼요. 결정을 하나 없애는 것이 습관 설계에서는 생각보다 크게 작용합니다. 매매가 끝나고 몇 시간 지난 뒤라 감정도 한 번 식어 있어서, 같은 매매를 적어도 문장이 훨씬 담백해져요.
그리고 매매가 없던 날에도 그 자리에 앉는 것을 권합니다. “오늘 매매 없음. 조건이 안 나와서 안 함” 한 줄이면 충분해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기다린 날을 기록으로 남기면 기다림도 하나의 행동으로 보이기 시작해요. 무엇보다 매일 앉는 리듬이 유지돼서, 매매가 있었던 날에도 손이 자연스럽게 갑니다.
숫자보다 무엇을 남겨야 다시 읽힐까요?
다시 읽히는 기록과 그렇지 않은 기록의 차이는 분량이 아니라 종류예요. “BTC 롱, +1.2%, 30분 보유” 같은 줄은 한 달 뒤에 읽어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요. 이미 지나간 숫자일 뿐이라 그렇습니다.
대신 이렇게 적으면 달라져요. “직전 고점 눌림에서 반등이 나올 것 같아 들어감. 근거는 거래량이 늘었다고 본 것. 손절은 직전 저점 아래로 잡음. 결과는 손절. 다시 보니 거래량이 평소보다 오히려 적었는데 늘었다고 착각했음.” 여기에는 다음에 확인할 것이 하나 남아요. 기록은 다음 행동을 하나 남길 때만 다시 읽힙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결과가 좋았던 매매도 근거가 부실했다면 그 사실을 그대로 적어두는 편이 나아요. 운으로 얻은 이익과 근거로 얻은 이익을 구분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같은 방식을 반복하다가 결이 다른 결과를 만날 수 있거든요. CH 11에서 다뤘던 감정 항목도 여기에 붙여둘 수 있어요. 긴 문장 말고 단어 하나면 충분합니다. 조급함, 무덤덤, 억울함처럼요.
주말 30분은 무엇을 하는 시간일까요?
쓰기만 하고 읽지 않는 기록은 결국 멈춰요. 사람은 돌아오는 것이 없는 행동을 오래 하기 어려운데, 매매 일지에서 돌아오는 것은 되읽는 순간에만 생기거든요. 그래서 저는 토요일 오전에 30분을 잡아두고, 지난주에 쓴 네댓 건만 다시 읽습니다. 그리고 질문 세 개에만 답해요.
- 지난주에 같은 실수를 두 번 이상 했나요?
- 내가 정해둔 규칙 중에 지킨 것과 못 지킨 것은 무엇인가요?
- 다음 주에 딱 하나만 바꾼다면 무엇을 바꾸겠어요?
답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일지 맨 위에 쌓아둡니다. 이게 넉 달쯤 모이면 열여섯 줄이 되는데, 그 열여섯 줄만 읽어도 내가 반복해서 걸려 넘어지는 지점이 보여요. 저는 “조건이 애매할 때 그냥 들어간다”가 세 달 연속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나서야 진입 조건을 다시 손봤어요. 그날그날의 기록보다 기록의 요약이 쌓인 쪽이 결국 더 쓸모 있었습니다.
도구는 뭘 쓰셔도 상관없어요. 저는 NAS에 올려둔 표 하나로 관리하지만 종이 노트도, 스프레드시트도, 메모 앱도 다 됩니다. 오히려 도구를 고르느라 시작이 미뤄지는 게 제일 흔한 함정이에요. 오늘은 다섯 칸짜리 표 하나만 만들어 두고, 내일 저녁 정해진 시각에 한 줄 적는 것부터 해보시면 좋겠어요. 세 번째 주를 넘기면 그때부터는 형식이 알아서 끌고 가줍니다.
- 양식은 다섯 칸까지 줄이고, 빠진 날은 빈칸으로 두고 넘어가요.
- 쓰는 시각을 저녁 9시로 고정하고, 매매가 없는 날도 한 줄 남겨요.
- 주말 30분 되읽기로 한 문장 요약을 쌓으면 반복되는 실수가 보여요.
같이 보면 좋은 글
- 코인 트레이딩 교실 전체 목차 — 1강부터 순서대로 보고 싶을 때
- 캔들 읽기 훈련 도구 — 진입 근거를 말로 옮기는 연습이 필요할 때
- 자동매매 구축기 — 기록과 실행을 NAS에서 묶어본 과정
CH 27에서는 이렇게 모인 기록을 나만의 체크리스트로 바꾸는 과정을 다뤄볼게요. 주말 되읽기에서 나온 한 문장들을 어떻게 진입 전 확인 항목 서너 개로 압축하는지, 그리고 그 체크리스트가 자꾸 지켜지지 않을 때 무엇부터 손봐야 하는지까지 이어서 정리해 볼게요.